파전도 전이고 김치전도 전인데 왜 빈대떡만 '떡'일까요? 저도 어릴 때부터 이게 너무 궁금했습니다. 부엌에서 지글지글 부쳐지는 빈대떡을 먹으면서도 "이게 왜 떡이지?" 하고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의문이 빈대떡의 어원을 파고들게 만들었고, 알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이름 하나에 담긴 세 가지 어원 논쟁 빈대떡이 왜 '떡'인지 알려면 어원부터 짚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貧者)이 먹던 떡'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설에 따르면 빈자(貧者)의 떡이 빈자떡 → 빈대떡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조선시대 문헌을 들여다보면 녹두는 단순한 서민 식재료가 아니었거..
솔직히 저는 누룽지가 해외에서 팔린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외국인의 입맛에 누룽지와 숭늉이 과연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인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사람의 입맛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저야말로 밥보다 누룽지를 더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밥은 남기면서도 누룽지숭늉은 끝까지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어릴 때부터 누룽지가 밥보다 좋았던 이유 혹시 밥은 억지로 먹으면서 누룽지는 신이 나서 먹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확히 그런 아이였습니다. 10대 시절, 저는 밥을 깨작깨작 먹다가 어머니가 누룽지를 불에 올리는 순간부터 눈이 빛났습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기 전에 숭늉 냄새가 퍼지기를 기다..
대학교 농촌활동 때 가마솥으로 20인분의 밥을 지어야 하는 상황과 부딛혔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전기밥솥 버튼만 누르던 사람이 장작불 앞에서 불 조절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릴 적 할머니댁에서 부뚜막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불을 때던 기억이 살아났고, 결국 밥을 제대로 지어냈습니다. 그날 선배들에게 들은 칭찬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가마솥은 그냥 오래된 솥이 아니라 다루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도구입니다.가마솥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 열 전도율에 있었습니다 가마솥을 고집하는 식당 주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마솥외에는 높은 불 온도를 다른 솥은 못 버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열 전도율입니다. 열 전도율이란 소재가 열을 얼마나 빠르고 고르게 전달하는지..
김치냉장고에서는 왜 항아리 김치 맛이 안 날까요? 이 질문을 처음 던졌을 때, 주변에서는 "그게 다 같은 김치지 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릴 적부터 항아리에 묻은 김치를 먹고 자랐고, 지금도 지방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가끔 그 맛을 만나게 되면 숟가락을 멈추게 됩니다. 분명히 다릅니다. 그 차이가 단순한 향수인지, 아니면 실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지 오랫동안 궁금했습니다.항아리를 땅에 묻었던 이유, 감이 아니라 과학이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해마다 배추 100포기 이상의 김장을 하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2~3일이 걸리는 김치 담그는 작업이 끝나면 다음 임무는 제 몫이었는데, 바로 김치를 보관하는 항아리를 묻을 구덩이를 파는 일이었습니다. 초겨울 살짝 언 땅을 곡괭이로 파는 건 ..
한우가 그냥 비싼 소고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늘 이 글을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고기를 거의 입에 대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한우 꽃등심을 소금에만 찍어 먹으면서 "이런 것이 소고기 맛이구나" 싶은 순간을 꽤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마트에서 한우, 육우, 와규, 블랙앵거스를 두고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던 분이라면, 품종별 차이와 한우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이해하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한우·육우·와규·블랙앵거스, 품종 비교 마트에서 고기 코너에 서면 같은 꽃등심인데도 라벨이 제각각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한우가 제일 비싸니까 맛있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직접 이것저것 먹어보고 나서야 품종마다 맛의 결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소의 ..
밥맛이 없는 날, 냉장고를 열어 남은 반찬을 꺼내 고추장 한 숟가락을 넣고 슥슥 비벼 먹다 보면 이상하게도 그냥 반찬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진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비빔밥을 먹어 왔는데, 나중에 전주비빔밥이나 진주비빔밥 같은 격식 있는 지역 비빔밥을 접하고 나서야 이 음식이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가졌는지 실감했습니다.비빔밥의 역사와 기원, 생활 속에서 태어난 음식 비빔밥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를 정확히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조선 후기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부빔밥'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적어도 수백 년 전부터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의전서란 19세기 말에 편찬된 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