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명절때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바로 동그랑땡이라고 불리는 고기완자입니다. 물론 명태전을 더 좋아하지만 동그랑땡도 그에 못지 않는 맛과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그랑땡의 이름은 한자 '원자(丸子)'에서 왔습니다. 1,000년 넘게 한반도 잔칫상을 지켜온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매년 명절 전날 이걸 만들면서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선조들이 귀한 자리에 올렸는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번거롭기는 해도, 완성된 순간의 그 노릇한 색감은 어떤 요리로도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동그랑땡,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것 알고 계셨습니까? 요즘은 동그랑땡이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서 그냥 쓰는데, 사실 이 이름의 뿌리를 따라가면 꽤 오래됩니다. '완자(丸子)'라는 표현은 알이나 공처럼 둥근 형..
대통밥을 직접 만들어 보기 전까지는 그냥 관광지에 가서 먹어보는 음식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담양 가면 한 번쯤 먹어보는 그런 거요. 그런데 막상 대나무 통을 구해다 직접 만들어 보니, 이게 단순한 볼거리 요리가 아니라 꽤 정교한 조리 원리가 담겨 있는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뚜껑을 열었을 때 퍼지는 그 특유의 향, 쫀득하게 익은 찹쌀의 식감은 솥에서 한 밥과는확실히 달랐습니다. 대나무를 그릇으로 쓴다는 발상: 대통밥의 역사적 배경 대통밥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도자기나 무쇠 솥이 귀하던 시절, 대나무가 자라는 지역에서는 그 통을 천연 밥솥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동 중에 밥을 지어야 했던 사냥꾼이나 나무꾼들에게 대나무는 불에 잘 견디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취사 도구였던 셈입니..
1960-70년대에의 갈치는 국민생선이어서 가격도 싸고 맛도 지금보다 훨씬 있었습니다. 당연히 어릴 적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생선이 갈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10년간 먹었던 갈치의 양이 그 후 40-50년 동안 먹은 갈치의 양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갈치의 가격이 비쌀뿐더러 같은 크기의 갈치인데도 가격이 여섯 배에서 일곱 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산과 수입산을 나란히 놓고 맛을 비교해 보니 그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일리는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갈치구이의 역사와 영양, 그리고 어떤 갈치를 어떻게 먹는 게 진짜 맛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국내산 vs 수입산, 눈으로도 맛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으로 수입산과 국내산은 ..
제가 코다리와 북어를 구분할줄 알게 된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둘 다 말린 생선 비슷한 것이라고 두루뭉수리 하게 알고 있었는데 , 어른이 되어 직접 조리을 해보고 나서야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코다리의 쫄깃하게 씹히는 그 식감, 양념이 살 속까지 배어드는 그 맛은 북어로는 절대 낼 수 없습니다. 코다리가 뭔지 제대로 알고 계셨나요? — 반건조 명태의 정체 명태 – 가장 일반적인 이름생태 – 얼리지 않은 생명태동태 – 얼린 명태북어 – 말린 명태황태 – 겨울철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말린 명태코다리 – 명태를 반쯤 말린 것노가리 – 어린 명태먹태 –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색이 검게 변한 명태짝태 – 한쪽 배를 갈라 말린 명태백태 – 색이 희게 말린 명태찐태 – 쪄서 말린 ..
저는 빨간 배추김치보다 하얀 백김치를 훨씬 좋아합니다. 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고유의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우리집 김치는 매운 고추를 써서 어린 나는 거의 먹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백김치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게다가 백김치는 국물이 있어서 시원한 국물까지 같이 먹을 수 있습니다. 백김치는 고춧가루 없이도 수천 년을 버텨온, 어쩌면 김치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었습니다. 사실 고추 이전의 김치가 바로 백김치였습니다 김치 하면 빨간 양념이 먼저 떠오르지만,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건 임진왜란(1592년) 이후입니다. 그것도 김치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건 18세기가 넘어서였습니다. 그 전까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이 땅의 김치는 전부 하얗..
저는 떡갈비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왜 떡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떡갈비라고 불리는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담양에 가서 떡갈비를 먹었을 때, 알고 보니 이 이름에는 재료가 아닌 정성과 식감이 담겨 있었고, 그 뒤에는 조선 왕실부터 1950년대 시장 골목까지 이어지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떡갈비 궁중유래: 왕의 체면이 낳은 요리 떡갈비가 왜 '떡'갈비인지, 저도 처음엔 제대로 몰랐습니다. 외국인들 중에는 고기 안에 떡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오리지널 떡갈비에는 쌀가루나 가래떡이 단 1g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름의 유래는 조리 방식에 있습니다. 갈빗살을 뼈에서 발라내 칼로 수없이 다지고, 양념을 넣어 손으로 치대고 패대기치는 과정이 시루떡 반죽을 치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