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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에의 갈치는 국민생선이어서 가격도 싸고 맛도 지금보다 훨씬 있었습니다. 당연히 어릴 적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생선이 갈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10년간 먹었던 갈치의 양이 그 후 40-50년 동안 먹은 갈치의 양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갈치의 가격이 비쌀뿐더러 같은 크기의 갈치인데도 가격이 여섯 배에서 일곱 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산과 수입산을 나란히 놓고 맛을 비교해 보니 그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일리는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갈치구이의 역사와 영양, 그리고 어떤 갈치를 어떻게 먹는 게 진짜 맛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국내산 vs 수입산, 눈으로도 맛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으로 수입산과 국내산은 조리하면 맛 차이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양념이 들어가면 원물의 차이가 희석될 거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갈치조림을 두 가지로 만들어서 먹어보니 국물 맛부터가 달랐습니다.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온마리 기준으로 눈의 흰자 색깔을 보면 됩니다. 국내산 제주 갈치는 흰자가 투명하고 은백색에 가까운 반면, 수입산은 흰자에 노란 기운이 돕니다. 지느러미 색깔도 마찬가지로 국내산은 하얗고, 수입산은 약간 노란빛이 납니다. 처음에는 저도 이걸 보고도 잘 구분이 안 됐는데, 몇 번 보다 보면 눈에 익습니다.
수입산 갈치의 품질이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유통 방식에 있습니다.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산 갈치는 어획 후 냉동(冷凍) 상태로 배를 통해 수개월에 걸쳐 들어옵니다. 냉동이란 영하의 온도에서 보관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세포 조직이 손상되고 수분이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겉면이 푸석하고 칙칙해 보이는 것입니다. 반면 제주 갈치는 잡자마자 비행기에 실려 하루 이틀 만에 식탁에 오릅니다. 이게 가격 차이의 핵심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수입산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만약 세네갈 갈치를 잡자마자 2~3일 안에 생물 상태로 먹을 수 있다면 국내산과의 차이는 10~20% 수준에 불과할 것입니다. 문제는 냉동 유통 과정에서 오는 품질 저하이지, 갈치 자체의 품질 차이가 아닌 셈입니다.
갈치의 이름과 역사, 알고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갈치의 이름은 옛 우리말 '갈', 즉 '칼'에서 나왔습니다. 조선 시대 실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갈치를 '군대어(君帶魚)'라 부르며 "모양이 긴 칼과 같고 이빨이 날카로우며 맛이 달다"고 기록했습니다. 자산어보란 1814년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에 완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 생물 백과사전으로, 당시 갈치가 이미 식재료로서 중요하게 다뤄졌음을 보여줍니다.
한자로는 도어(刀魚) 혹은 검어(劍魚)라 표기했는데, 둘 다 칼과 검을 뜻합니다. 이름 하나에도 생김새에 대한 선조들의 관찰이 오롯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한반도 남해와 서해는 예로부터 갈치의 황금 어장이었고, 서민들에게는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두고 먹는 중요한 보존식이었습니다.
갈치구이의 역사도 이 소금 절임에서 시작됩니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포구에서 잡힌 갈치는 소금에 절여 육지로 유통되었고, 그렇게 간이 밴 갈치를 짚불이나 화로 위 석쇠에 올려 구워 먹던 것이 전통 갈치구이의 원형입니다. 조선 후기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도 생선에 소금을 뿌려 구우면 비린내가 잡히고 감칠맛이 극대화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수백 년 전의 조리 지혜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갈치가 흥미로운 생선인 또 다른 이유는 성질에 있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갈치는 꼬리 부분이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죽는다고 합니다. 삼치도 자기보다 빠른 것을 용납하지 못해 달려들어 무는 성질이 있다는데, 갈치 역시 그만큼 예민한 생선입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갈치 회를 먹으려면 제주에서 비행기로 올린 것을 당일 받아 바로 먹어야 합니다. 제주 외에서 갈치 회를 먹기 어렵다고 알려진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국내산 갈치 안에서도 등급이 나뉩니다. 제주 은갈치(銀갈치)는 채낚기(낚싯바늘)로 한 마리씩 잡기 때문에 비늘 손상이 적고 살이 탱탱합니다. 채낚기란 낚싯바늘에 미끼를 달아 한 마리씩 낚아 올리는 전통 어업 방식입니다. 반면 목포나 여수 지역의 먹갈치는 안강망이나 정치망 같은 그물로 잡아 비늘이 벗겨지며 검게 보이는 것입니다. 안강망이란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쓸어 담는 그물 어업 방식입니다. 재미있는 건, 먹갈치가 제주 은갈치보다 오히려 더 비쌀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귀하게 잡히는 만큼 가격이 높게 형성됩니다. 제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은갈치가 더 비쌀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갈치의 영양학적 가치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갈치에는 오메가-3 지방산인 EPA와 DHA가 풍부합니다. EPA·DHA란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불포화지방산으로, 두뇌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출처: 국립수산과학원) 갈치 100g에는 단백질 약 18g과 칼슘, 비타민D가 함께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와 어르신의 뼈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살이 부드럽고 가늘어 소화 흡수도 잘 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먹느냐입니다
갈치는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먹어보면서 가장 좋았던 조리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갈치조림: 무와 함께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대파를 넣고 조려냅니다. 갈치가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국물 자체에 감칠맛이 깊게 배어납니다. 제주산 갈치로 만들면 국물의 단맛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수입산 갈치로도 조림을 해봤는데, 조림 후에는 국물 맛에서도 원물 차이가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 갈치구이: 굵은소금을 뿌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굽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전형입니다. 머리에 가까운 부위일수록 살이 두텁고 맛이 좋습니다. 갈치는 가시가 억센 편이라 새코이처럼 먹기는 어렵고, 꼭 발라 먹어야 합니다.
- 갈치회: 극신선한 생물 갈치에만 가능한 방식입니다. 은박(비늘)을 완전히 벗겨내고 피를 깨끗이 제거해야 쓴맛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처음 한 입은 살짝 밍밍한 듯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껍질 쪽은 쫄깃하고 나머지 살은 부드러운 편입니다.
- 갈치국: 무와 대파를 넣어 맑게 끓여냅니다.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해 해장용이나 가벼운 식사로 좋습니다.
- 갈치튀김: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는 방식으로, 생선 특유의 비린맛이 거의 없어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갈치를 손질할 때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배 안쪽에 고이는 피를 얼마나 깨끗이 제거하느냐입니다. 이 부분을 대충 넘기면 조리 후 쓴맛이 올라오고 비린내도 강해집니다. 전문 수산시장에서는 회감 전용 해동지(解凍紙)를 써서 물을 최소화하며 닦아냅니다. 해동지란 수분 흡수력이 높은 무균 처리 종이로, 회 전용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키친타월로도 되지만, 물 세척 후 최대한 물기를 제거하는 게 핵심입니다.
갈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제주산 중에서도 사이즈가 작은 것을 고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같은 제주산이라도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납니다. 수입산을 선택하더라도, 양념이 들어가는 조림이나 구이로 조리하면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비교해서 드셔 보면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고, 그 자체가 꽤 재미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