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칼국수도 좋아하지만 수제비를 훨씬 좋아합니다. 그런데 칼국수 전문점은 많은데 수제비 전문점은 거의 없어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반드시 방문해서 먹곤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수한 수제비가 서민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수제비를 '운두병(雲頭餠)'이라 부르며 양반가 잔칫상에 올렸다고 나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비 오는 날 허름한 분식집에서 먹던 그 수제비가, 한때 귀한 잔치 음식이었다니요. 수제비의 역사, 알고 보면 꽤 복잡합니다 수제비의 어원부터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손을 뜻하는 한자 '수(手)'와 '접는다'는 의미의 '접'이 합쳐져 '수접이'라 불리다가 오늘날의 수제비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 중기에 이 단어가 정착된 셈인데, 사실..
솔직히 저는 누룽지가 해외에서 팔린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외국인의 입맛에 누룽지와 숭늉이 과연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인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사람의 입맛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저야말로 밥보다 누룽지를 더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밥은 남기면서도 누룽지숭늉은 끝까지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어릴 때부터 누룽지가 밥보다 좋았던 이유 혹시 밥은 억지로 먹으면서 누룽지는 신이 나서 먹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확히 그런 아이였습니다. 10대 시절, 저는 밥을 깨작깨작 먹다가 어머니가 누룽지를 불에 올리는 순간부터 눈이 빛났습니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기 전에 숭늉 냄새가 퍼지기를 기다..
밥맛이 없는 날, 냉장고를 열어 남은 반찬을 꺼내 고추장 한 숟가락을 넣고 슥슥 비벼 먹다 보면 이상하게도 그냥 반찬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진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비빔밥을 먹어 왔는데, 나중에 전주비빔밥이나 진주비빔밥 같은 격식 있는 지역 비빔밥을 접하고 나서야 이 음식이 얼마나 깊은 뿌리를 가졌는지 실감했습니다.비빔밥의 역사와 기원, 생활 속에서 태어난 음식 비빔밥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를 정확히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조선 후기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부빔밥'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적어도 수백 년 전부터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시의전서란 19세기 말에 편찬된 것으로 ..
냉면이 여름 음식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냉면은 원래 겨울에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차가운 육수에 국수를 말아 먹는 방식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조리법입니다. 냉면의 기원부터 평양냉면, 막국수, 밀면의 차이까지, 먹을 때마다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냉면의 기원, 생각보다 역사가 짧다? 냉면을 수천 년 이어온 음식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게 맞을까요? 저도 막연히 오래된 음식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살펴보면 좀 다릅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냉면은 17세기 초, 조선 인조 시대 전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헌 기록으로는 인조 때 활동한 문인 장유(張維)의 시에서 처음 '냉면'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는 "젓가락 들..
설탕이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단맛을 냈을까요. 정답은 꿀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꿀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조청을 만들어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쌀과 엿기름만으로 꿀 못지않은 깊은 단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 그게 조청이었습니다.설탕 이전, 우리 밥상의 진짜 감미료 조청(造淸)이라는 한자를 풀면 '인공적으로 만든 꿀'이라는 뜻입니다. 자연에서 얻는 진짜 꿀을 '청'이라 불렀으니, 사람 손으로 만든 꿀이라는 뜻에서 조청이라 부른 것입니다. 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늘 귀한 것이었습니다. 아플 때나 손님 접대 때 꺼내는 특별한 것이었지, 일상의 감미료는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를 조청이 대신 채웠습니다. 오늘날 설탕이 하는 역할을, 조선시대에는 조청이 고스란히..
떡볶이가 원래 궁중 음식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한참 멈칫했습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500원짜리 종이컵에 담겨 나오던 그 음식이 한때는 소고기와 버섯이 들어간 고급 요리였다니요. 그 오랜 역사가 지금 제가 쌀떡볶이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이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묘하게 가슴에 걸립니다.떡의 역사에서 시작된 떡볶이의 뿌리 한국인이 떡을 먹기 시작한 건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확한 곡물을 시루에 안쳐 찌면 떡이 되었고, 4세기 중반 고구려 무덤벽화에도 시루로 떡을 찌는 장면이 남아 있습니다. 시루(甑)란 밑에 구멍이 뚫린 토기 형태의 찜 도구로, 수증기를 이용해 재료를 익히는 전통 조리 기구입니다. 제가 어릴 적 시루에 찌던 시루떡이 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