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칼국수도 좋아하지만 수제비를 훨씬 좋아합니다. 그런데 칼국수 전문점은 많은데 수제비 전문점은 거의 없어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반드시 방문해서 먹곤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수한 수제비가 서민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수제비를 '운두병(雲頭餠)'이라 부르며 양반가 잔칫상에 올렸다고 나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비 오는 날 허름한 분식집에서 먹던 그 수제비가, 한때 귀한 잔치 음식이었다니요. 수제비의 역사, 알고 보면 꽤 복잡합니다 수제비의 어원부터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손을 뜻하는 한자 '수(手)'와 '접는다'는 의미의 '접'이 합쳐져 '수접이'라 불리다가 오늘날의 수제비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 중기에 이 단어가 정착된 셈인데, 사실..
몇 년 전, 작은 항아리에 직접 담근 매실청을 2년 가까이 두고 먹었습니다. 다 쓰고 나서 항아리를 씻어 김치를 담으려 했는데, 씻고 또 씻어도 매실청이 벽 안쪽에서 계속 배어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옹기가 숨을 쉰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추상에서 실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장독대는 그냥 오래된 저장 용기가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꿰뚫은 발효 공간이었습니다. 옹기 통기성 — "숨 쉬는 그릇"의 정체 항아리 벽에서 매실청이 배어 나오던 그 장면을 저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세척을 잘못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깨끗이 닦은 뒤 한 시간쯤 지나 다시 보면 어느새 또 촉촉하게 번져 있었습니다. 결국 그 항아리는 매실청 전용으로 남겨두기로 했고, 덕분에 옹기의 통기성을 몸으로 이해하..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는데, 정작 왜 떡국이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어릴 적부터 당연하다는 듯 먹어왔지만, 그 안에 담긴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된 건 한참 후였습니다. 떡국 한 그릇과 송편 한 조각에 조상들이 무엇을 담았는지, 직접 겪은 기억과 함께 풀어봤습니다. 설날에 꼭 떡국이어야 했던 이유 — 떡국 유래 왜 하필 설날 아침에 밥도 아니고 떡국일까요? 이 질문, 저도 어릴 때 어머니께 한 번 물어봤다가 "원래 먹는 거야"라는 답만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유가 꽤 촘촘합니다.떡국은 한자로 '첨세병(添歲餠)'이라고 씁니다. 여기서 첨세병이란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는 뜻으로, 한 그릇을 먹으면 새해 나이를 한 살 보태는 음식이..
장충동 족발거리는 1959년, 이북 실향민들이 가져온 조리법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처음 족발을 먹어봤는데, 그 한 점이 고기에 대한 제 편견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비계라면 지금도 손을 못 대는 제가, 족발 껍질만큼은 거부감 없이 먹게 되더라고요. 오랜 역사를 품은 음식이 이렇게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유래부터 영양 성분, 그리고 독일의 족발이라 불리는 슈바인학센까지 비교해 정리해봤습니다.족발의 역사와 유래 — 장충동이 전부가 아니다 족발의 기록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습니다. 조선 세종 연간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돼지 다리를 삶아 먹는 '족두(足頭)'가 언급되고, 조선 후기 요리서인 『음식비방(飮食秘方)』에는 돼지 다리를 삶아 찹쌀풀에 찍어 먹는 족발 조림 ..
국밥이 그냥 밥을 국에 말아 먹는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시장 순대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가 한 뚝배기 안에 담긴 음식이라는 걸. 오늘은 국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왜 한국인이 이 음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짚어봅니다.국밥의 역사: 주막 주모가 만들어낸 전설의 끼니 국밥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후기 병자호란 이후까지 닿습니다. 당시 상업이 발달하면서 보부상이 대거 등장했는데요. 보부상이란 조선 8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던 행상인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전국을 누비기 시작하면서 주막 문화가 급격히 활성화됩니다.문제는 밥이었습니다. 국은 약한 불에 계속 끓이..
팥을 좋아하는 팥돌이가 팥순이를 데리고 세곡동 홍팥집에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소나기가 내리던 날 방문하게 되었네요. 위치는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어 주변에 상업시설은 많지 않지만, 개천가와 붙어 있어서 식사 전후로 산책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세곡동 홍팥집은 국산 팥을 가마솥에 정성껏 삶아 만드는 것이 특징이며, 팥빙수는 물론 단팥죽과 단팥빵까지 다양한 팥 디저트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손님과 인근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곳입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주차와 포장 모두 가능합니다. 세곡동 홍팥집 매장 분위기 매장은 세곡동 리엔파크프라자 1층에 자리하고 있고, 내부는 우드톤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혼자 들러 간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