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빵의 차이가 단순히 입맛 문제라고 생각하셨다면, 그 생각은 절반쯤 틀렸습니다. 저는 어릴 때 처음 빵을 먹고 "이게 밥보다 훨씬 맛있는데 왜 매일 밥만 먹어야 해?"라고 진심으로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물음 속에 수천 년의 기후 역사와 문명의 갈림길이 숨어 있었습니다. 몬순 기후가 만든 숙명, 쌀을 선택한 이유 쌀이 동아시아의 주식이 된 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쌀은 생육 기간 동안 논에 물을 가득 채워야 하는 수전농업(水田農業), 즉 물을 가두어 경작하는 방식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기후가 바로 몬순(Monsoon) 기후입니다. 몬순이란 계절에 따라 풍향이 바뀌는 바람으로, 여름철에 고온다습한 비를 동아시아 전역에 쏟아붓는 현상을 뜻합니다. 한국, 일..
점심 시간만 되면 도시락 검사가 시작됐습니다. 선생님이 뚜껑을 열어 보리알이나 콩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그 순간이 저는 늘 아찔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너무 가난했던 시절을 겪으셔서 보리밥을 죽도록 싫어하셨고, 그 덕에 저는 반 친구들 도시락에서 보리 몇 알을 빌려다 제 밥 위에 올려놓고서야 겨우 검사를 통과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창피한 기억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장면 안에 한국인이 밥과 맺어온 수천 년의 관계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벼농사 기원,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습니다 한반도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시점은 일반적으로 청동기 시대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고고학 연구들은 그 시계를 상당히 앞으로 당기고 있습니다.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굴된 볍씨가 대표적입니다. 탄화된 이 볍씨의 소경(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