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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한과역사, 한과종류, 한과전망)

by 움치둠치 2026. 6. 26.

명절이 되어서야 한과의 존재를 알아채는 분, 저도 그렇습니다. 어릴 적 제사상 앞에서 음복할 때 제가 제일 먼저 집어든 건 항상 약과였습니다. 달콤하고 기름진 그 맛이 좋았는데, 사실 그게 밀가루를 꿀과 기름으로 반죽해 튀겨낸 음식인지는 몰랐습니다. 한과는 알고 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지금 우리 식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천 년을 이어온 한과의 뿌리

한과의 역사는 약 1,700년 전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국유사에는 김유신이 여인에게 과자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과자는 일반 과일이 아니라 '풀 초(草)' 자를 쓴 조과(造菓)입니다. 조과란 자연 과일을 대신해 곡물이나 꿀로 빚어 만든 인공 과자를 의미하며, 우리 한과의 시작점으로 학자들이 주목하는 기록입니다.

제사상에 제철 과일을 올려야 했지만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과일의 모양을 본뜬 과자를 대신 올렸다는 것이 한과의 탄생 배경으로 추정됩니다. 처음부터 실용과 정성이 함께 담긴 음식이었던 셈입니다.

고려시대에는 다식(茶食)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다식이란 차(茶)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검은깨·송화·녹두·찹쌀 등을 가루로 만들어 꿀로 반죽한 뒤 문양이 새겨진 형틀에 눌러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주목할 점은 꿀 하나가 물, 설탕, 가열의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는 것입니다. 선조들의 재료 활용 방식이 상당히 합리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한과는 본격적으로 체계화됩니다.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크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유밀과(油蜜果):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넣어 반죽 후 튀겨 조청에 담근 것. 약과가 대표적입니다.
  • 유과(油菓): 찹쌀과 조청으로 만든 것으로, 반대기(건조 반죽)를 기름에 튀겨 고물을 묻힙니다.
  • 다식(茶食): 곡물 가루를 꿀로 반죽해 문양 형틀에 찍어낸 것입니다.
  • 정과(正果): 도라지, 인삼 등 뿌리류를 꿀이나 조청에 조린 것입니다.
  • 강정, 숙실과, 과편 등 포함해 총 일곱 분류, 약 250여 종으로 나뉩니다.

저는 어릴 때는 약과만 고집했는데, 커서는 유과 쪽으로 취향이 바뀌었습니다. 유과가 조청의 단맛은 있되 뒷맛이 더 깔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정과를 가장 좋아하는데, 도라지나 인삼 같은 뿌리 재료 본연의 쌉싸름한 맛과 꿀의 단맛이 어우러지는 조합이 다른 한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입니다. 문제는 파는 곳이 거의 없고 가격도 꽤 높아서 1년에 한 번 먹어볼까 말까 할 정도라는 점입니다.

 

전통과 서양 과자의 충돌, 그리고 한과가 밀린 이유

구한말 개항 이후 서양 빵과 과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한과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집니다. 1890년대 손탁 호텔을 통해 카스텔라가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수많은 서양식 과자점이 도시에 문을 열었습니다. 카스텔라란 효모나 이스트 없이 계란 흰자의 기포로만 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만드는 스펀지 케이크의 일종으로, 당시 기술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고 입에서 녹는 부드러운 식감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설탕이 대량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조청이나 엿은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인 반면 설탕은 즉각적이고 강렬한 단맛을 냅니다. 빠르게 단맛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데 설탕이 훨씬 유리했고, 대량 생산도 가능했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도 한과는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과가 귀했던 또 다른 이유는 주재료인 밀과 꿀의 수급 문제에 있습니다. 밀은 고온에 약해 여름 평균기온이 높은 한반도 기후에서는 품질 좋은 품종을 재배하기 어려웠고, 꿀 역시 자연산에 의존하던 시절에는 왕실과 양반가에서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전통식품 소비 실태 자료에 따르면, 현재도 한과류의 주요 소비 계기는 명절·제례·혼례 등 특별한 의례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 경험상 이 부분이 한과의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귀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오히려 일상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서양 과자가 신분의 벽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지금 한과가 살아남으려면

한과에 대한 건강 측면의 오해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름에 튀기고 조청을 바르는 유밀과나 유과는 열량이 낮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탕 대신 쓰이는 조청의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는 설탕에 비해 낮습니다. GI란 음식 섭취 후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GI가 낮을수록 혈당 급등 없이 천천히 에너지가 공급됩니다. 가공 설탕을 과다 사용하는 서양 과자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자연 재료 기반이라는 점에서 한과가 가진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한과의 또 다른 강점은 유통기한에 있습니다. 유과의 핵심 재료인 반대기(건조 찹쌀 반죽)는 실온에서 3~4개월 보관이 가능합니다. 반대기란 찹쌀가루에 소주나 청주를 섞어 반죽한 뒤 건조시킨 중간 재료로, 수분이 거의 없는 상태로 보관하기 때문에 쉽게 변질되지 않습니다. 이는 수분을 머금은 상태로 숙성해야 하는 서양 빵 반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보관성입니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운영하는 한국무형유산포털에 따르면, 한과 제조는 현재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기술 전승이 공식적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출처: 국립무형유산원). 이는 한과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직접 느낀 변화도 있습니다. 요즘 카페에서 약과나 정과를 고급 디저트로 선보이는 곳이 꽤 생겼습니다. 가격은 서양 케이크 못지않지만, 오히려 그 희소성 덕분에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솔직히 한 번씩 드는 건 저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과는 명절 음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조금 더 작은 단위로, 더 예쁜 형태로, 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재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꺼내는 음식이 아니라, 오늘 오후 차 한 잔과 함께 꺼내도 자연스러운 음식이 되길 바랍니다. 선조들이 차와 함께 다식을 곁들였던 것처럼, 한과가 다시 우리 일상 속 작은 여유로 자리 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za4kwOlW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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