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쓱 비벼 먹는 맛,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 맛이 어릴 때부터 너무 익숙했는데, 어느 날 처음 수입산 참기름을 먹어보고는 속으로 "이게 같은 참기름이라고?" 싶었습니다. 같아 보이는 두 병 속에 이렇게 다른 세계가 들어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참깨와 들깨,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식물
어릴 때는 참기름이든 들기름이든 그냥 다 '깨기름'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주말 농장에서 참깨와 들깨를 나란히 심어보고 나서야 이 둘이 생김새부터 완전히 다른 식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참깨는 키가 작고 알이 촘촘하게 박혀 올라오고, 들깨는 잎이 워낙 커서 처음엔 깻잎 밭인 줄 알았을 정도입니다.
영양 성분 차이도 생각보다 큽니다. 들기름에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알파-리놀렌산(ALA)이 55% 이상 함유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알파-리놀렌산이란 우리 몸이 스스로 합성하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으로, 심혈관 건강을 돕고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관여합니다. 반면 참기름에는 오메가-3가 1% 수준에 불과하고, 대신 오메가-6 계열의 리놀레산과 단일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각각 40% 이상 들어 있습니다. 올레산은 올리브유에 풍부한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참기름에만 있는 특별한 성분도 있습니다. 바로 리그난(lignan)이라는 항산화 성분입니다. 리그난이란 참깨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함께 용출되는 폴리페놀 계열 화합물로, 기름 자체의 산화를 늦추고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억제해 혈관 노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성분 덕분에 참기름은 실온 보관이 가능한 반면, 들기름은 이런 항산화 방어막이 없어 공기와 빛에 노출되는 즉시 산화가 시작됩니다.
국산, 중국산, 수입산 — 원산지별로 뭐가 다를까
마트에서 참기름 병을 들고 뒷면 원산지 표시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동안 수입산이라고 적혀 있으면 다 중국산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원산지 표기 기준상 인도, 파키스탄, 미얀마, 수단, 나이지리아 등에서 들여온 깨는 '수입산'으로 표기하고, 중국산만 별도로 '중국산'이라고 구분해야 합니다.
맛 차이도 생각보다 뚜렷합니다. 제가 직접 먹어본 경험으로는, 기타 수입산보다 중국산이 고소한 향이 훨씬 강합니다. 국산이 최고인 건 틀림없지만, 가격이 두세 배 이상 차이 나는 만큼 가성비를 따진다면 중국산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농산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농약 기준에 미달하는 원재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관 심사 단계에서 차단됩니다.
국산 참깨는 수입산과 비교하면 알이 작고 껍질이 얇습니다. 그래서 같은 압착 방식을 써도 풍미가 더 풍부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제가 직접 농사를 지어서 짠 참기름을 먹어보니, 그 차이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작디작은 깨알들이 가을 햇볕을 받아 익어가는 걸 손으로 직접 털어서 모았을 때의 뿌듯함이 고스란히 맛에 담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떤 수입산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착유 방식도 맛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압착하면 수율은 높아지지만 벤조피렌(benzo[a]pyrene)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벤조피렌이란 세계보건기구(WHO)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의 일종으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암 유발과 면역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냉압착(cold press) 방식, 즉 49도 이하의 저온에서 천천히 짜내는 방식이 영양 성분 보존과 안전성 측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개봉 후 보관법과 소비기한 — 이것만 지키면 됩니다
참기름은 보관이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리그난 성분이 산화를 억제해 주기 때문에 뚜껑을 꼭 닫아 직사광선만 피한다면 실온 보관도 무방합니다. 반면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산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개봉과 동시에 산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하는데, 산패된 들기름은 좋은 성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세포와 DNA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에 따르면 참기름과 들기름 모두 제조일로부터 유통기한이 9개월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구매할 때는 제조일자가 최대한 최근인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개봉 후 소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참기름: 개봉 후 2개월 이내 소비 권장
- 들기름: 개봉 후 1개월 이내 소비 권장, 소용량 구매 추천
- 보관 방법: 어두운 색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 사용 후 뚜껑을 반드시 바로 닫기
- 혼합 보관 팁: 들기름과 참기름을 7:3 비율로 섞으면 들기름의 산패 속도를 늦출 수 있음
제가 직접 써봤는데, 들기름은 작은 용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큰 병으로 샀다가 반 이상 남기고 버린 적이 있는데, 그냥 아깝다는 느낌보다는 모르고 산패된 기름을 먹었을까 싶어 찜찜했습니다. 그 이후로 들기름은 무조건 작은 병으로 삽니다.
참기름과 들기름 모두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쓰면 건강에 꽤 도움이 되는 식재료입니다. 원산지와 착유 방식을 확인하고, 개봉 후 보관과 소비 기한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훨씬 안전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혹시 여건이 된다면, 작은 텃밭이라도 참깨나 들깨를 한 번 심어보시길 권합니다. 제 손으로 키운 깨로 짠 기름 한 병이 얼마나 기특하고 맛있는지, 직접 겪어보기 전엔 절대 모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영양·건강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