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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드기 (탄생배경, 식품위생, 추억간식)

움치둠치 2026. 7. 22. 06:45

목차


    솔직히 저는 쫀드기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 아닐까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딱딱했거든요. 1970~90년대 학교 앞 문방구를 대표했던 쫀드기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그 시절 아이들의 용돈과 우정과 치아 건강을 모두 시험했던 독특한 간식입니다. 지금도 대형마트 한켠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이유가 뭔지, 저도 궁금해서 한번 파고들어 봤습니다.

     

    쫀드기는 어디서 왔을까, 탄생배경을 따라가 보면

     

    쫀드기의 정확한 탄생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1970년대부터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왜 하필 그 시기였을까요?

     

    당시 우리나라는 고도 경제성장기(高度經濟成長期)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고도 경제성장기란 국민총생산이 빠르게 올라가는 반면, 실질 소득은 아직 일상 소비에까지 넉넉하게 미치지 못하는 시기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라는 커지는데 개인 주머니는 여전히 얇았던 때입니다. 어머니께서 주신 용돈 100원으로 뭔가 든든하게 먹어야 했던 저 같은 아이들에게, 낱장으로 팔리면서도 크기가 제법 컸던 쫀드기는 거의 완벽한 선택지였습니다.

     

    원재료를 보면 주재료는 밀가루입니다. 정제 밀가루(refined wheat flour)란 밀의 겨와 배아를 제거하고 배유 부분만 곱게 갈아낸 것으로, 식감은 부드럽지만 식이섬유나 미량 영양소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영양학적으로 아쉬운 구성이지만, 그 시절 아이들에게 영양 성분표를 따질 여유는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크고 저렴하고 오래 씹을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그 문방구 앞 진열대가 생생합니다. 색색의 껌, 달고나, 뽑기 사이에서 유독 크고 납작하게 쌓여 있던 쫀드기. 그걸 집어 드는 순간의 뿌듯함은 제 또래라면 아마 다 알 겁니다.

     

     

    불량식품 오명과 식품위생,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쫀드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불량식품'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어릴 때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엄마한테 들키면 혼난다는 정도로만 알았고, 오히려 금지된 것이라는 느낌이 더 당기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식품위생법(食品衛生法)이란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전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정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률입니다. 과거 문방구 간식 상당수는 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비허가 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추억을 미화하는 것으로 그치기에는, 당시 위생 환경이 꽤 열악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쫀드기는 허가된 제조 시설에서 생산되어야 하며, 식품첨가물(food additives)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의 보존성, 색, 향, 식감을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허용 기준 이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지금 파는 쫀드기와 그 시절 문방구 쫀드기를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량식품'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해프닝처럼 소비되는 건 좀 아쉽습니다. 그 오명 뒤에는 실제로 위생 관리가 미비했던 역사가 있었고, 그 경험이 지금의 식품 안전 기준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워 먹는 쫀드기, 그 맛은 왜 다를까

     

    쫀드기를 그냥 먹어 본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처음엔 딱딱해서 이빨이 아프고, 씹어도 씹어도 줄어드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플라스틱 재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계속 씹다 보면 어느 순간 고소하고 은근한 단맛이 올라오는데, 그 맛 때문에 쫀드기와의 씨름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동네 형이 연탄불에 쫀드기를 구워 먹는 걸 봤습니다. 따라서 먹어봤더니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습니다. 표면이 노릇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열에 의해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하면서 갈변과 함께 고소한 향미(香味) 성분이 생성되는 화학 반응입니다. 향미란 음식의 향과 맛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풍미를 가리킵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표면이 노릇해지면서 풍미가 깊어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쫀드기를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그냥 씹기: 식감이 단단하고 오래 씹힘. 시간이 지날수록 고소한 단맛이 올라옴
    2. 연탄불 또는 가스 불에 굽기: 마이야르 반응으로 표면이 부풀고 고소한 향이 극대화됨
    3. 에어프라이어 활용: 180도에서 3~4분이면 고르게 부풀어 오름. 집에서 가장 편하게 구워 먹는 방법
    4.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굽기: 약불에서 천천히 구우면 연탄불 방식과 비슷한 식감을 냄

    저는 그 이후로는 무조건 구워서 먹었습니다. 용돈을 아껴서 한 봉지를 사고, 학교 앞 분식집 화로에 올려두고 기다리던 그 시간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추억간식에서 레트로 문화 상품으로, 쫀드기의 지금

     

    요즘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쫀드기를 보면 뭔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어릴 때는 문방구 한켠에서 낱장으로 집어 들었는데, 이제는 예쁘게 포장된 봉지 제품으로 팔리고 있으니까요. 이게 단순히 제품 하나가 살아남은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는 걸까요?

     

    레트로 마케팅(retro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레트로 마케팅이란 과거의 상품이나 문화 코드를 현재 소비자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하여 판매하는 전략입니다. 1980~90년대를 어린 시절로 보낸 세대가 현재 소비 시장의 핵심 구매층으로 성장하면서, 그 시절 간식들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감성 콘텐츠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복고 식품 카테고리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쫀드기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따뜻한 추억의 간식'이라는 서사가 압도적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시절 비위생적이었던 유통 환경이나 영양학적 한계를 단순히 낭만적인 배경으로만 처리하는 건 조금 과한 미화라고 생각합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하되, 지금 아이들이 먹는 간식은 더 나아졌으면 한다는 기대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쫀드기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맛, 가격, 그리고 그 딱딱한 조각 하나에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기억 때문입니다. 어떤 신제품도 그 기억을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쫀드기 한 장을 생각할 때 저는 용돈 다 써서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과, 연탄불 앞에서 기다리던 그 설렘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 쫀드기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어떤 기억을 만들게 될지 궁금합니다. 추억이 없어도 맛으로 먼저 가 보고 싶다면,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3분만 기다려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 고소한 냄새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 참고: https://rhoteol.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