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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을 받으면 아이스께끼를 사기 위해 곧장 가게로 달려가던 기억이 있습니다. 뚜껑을 직접 열고 손을 집어넣어 아이스께끼 하나를 꺼내 들던 그 여름의 감각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냉장고도, 편의점도 흔하지 않았던 시절, 아이스께끼 한 개가 하루의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얼음통 뚜껑을 열던 순간
지금 생각하면 위생 면에서 좋지는 않지만, 저는 어릴 때 직접 얼음통 뚜껑을 열고 아이스께끼를 골랐습니다. 포장지 같은 건 없었습니다. 고무주머니에 담긴 얼음덩어리를 꺼내면 그 안에 아이스께끼들이 그냥 누워 있었는데, 손으로 하나씩 뒤지며 제일 큰 걸 고르던 그 시간이 어찌나 진지했는지 모릅니다.
그 시절에는 냉장고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수박화채를 만드는 날만큼은 어머니가 가게에서 커다란 얼음 한 덩이를 사 오셨는데, 그 얼음을 바늘로 쪼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행사였습니다. 평소엔 차가운 것 자체가 귀했으니, 아이스께끼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여름철 냉기(冷氣)를 맛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냉기란 차가운 기운을 뜻하는 말로, 지금은 에어컨을 켜면 그만이지만 당시에는 얼음 한 조각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소풍날이면 반드시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저씨들이 따라다녔습니다. 아이스께끼 사서는 깨물어 먹지 않고 최대한 아껴가며 빨아먹었습니다. 녹기 전에 다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끼고 싶었던 그 마음, 지금은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일상적으로도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이스께끼~~ 얼음과자~~"를 외치던 소년들이 있었고, 등산을 가도 스포츠 구경을 가도 아이스께끼통은 반드시 등장해서 나를 유혹하곤 했습니다.

얼음과자의 불편한 진실
아이스께끼를 낭만으로만 기억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솔직히 그 시절을 무조건 아름답게 보는 시선에는 조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겪어보니 아이스께끼는 맛의 편차가 꽤 심했습니다. 어떤 건 달달했는데 어떤 건 이상하게 쓴 맛이 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조 과정에서 혼합(混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였습니다. 설비가 부족했던 소규모 업소에서는 이 혼합과정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생 기준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당시 빙과류(氷菓類), 즉 얼음을 주원료로 만든 과자류는 현재의 식품위생법 기준으로 보면 통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식품안전나라의 기준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도 탈이 났다고 소동을 피우지 않았던 것은 아마 면역력 덕분이었거나, 혹은 탈이 나도 그냥 넘어갔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마음껏 사 먹지 못했던 현실도 낭만이 아니라 당시 생활의 단면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불량식품이라며 사주지 않으셨다고 기억하는 분이 많은데, 솔직히 절반은 핑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집에서는 아이스크림 한 개 값도 아껴야 했으니까요. 어른이 되어서야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러다 어느 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등장했습니다. 우유가 들어간, 지금 기준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 제가 느낀 건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이게 아이스크림이구나"라는 감각이었습니다. 기존의 아이스께끼나 하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샤베트(sherbet)에 가까운 제품이었습니다. 샤베트란 과즙이나 설탕물을 얼려 만든 빙과류로, 유지방 함량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우유가 들어간 제품은 유지방(乳脂肪), 즉 우유에서 추출한 지방 성분이 포함되어 크리미한 질감을 냈습니다. 이 차이가 입에서 녹는 느낌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 뒤로 용돈을 모아서라도 하드 대신 이쪽을 사 먹게 됐고, 아이스께끼의 시대는 제 기억 속에서 서서히 막을 내렸습니다.
아이스께끼와 초기 아이스크림의 차이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아이스께끼: 설탕물이나 과즙을 얼린 형태. 유지방 없음. 가격이 저렴하고 녹으면 그냥 물이 됨
- 하드(bar type): 설탕 시럽을 막대에 얼린 제품. 샤베트의 일종으로 분류됨
- 우유 아이스크림: 유지방 함량이 있는 제품. 입에서 크리미하게 녹는 질감이 전혀 다름
-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유지방 함량 기준이 높아지고 원료가 다양해진 현재의 제품군
냉장고를 장만한 뒤에는 집에서 샤베트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주스를 얼리면 아이스께끼와 비슷한 게 나온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어릴 때 그토록 특별하게 여겼던 그것이 사실 이렇게 단순한 것이었나 싶어 묘하게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살까 말까, 매년 여름의 고민
요즘은 가정용 아이스크림 메이커(ice cream maker)가 꽤 보편화됐습니다. 아이스크림 메이커란 우유나 생크림, 달걀노른자 등을 넣으면 교반(攪拌)과 냉각을 동시에 진행하여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기계입니다. 교반이란 재료를 저으면서 공기를 넣는 과정으로, 이 공정이 아이스크림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냉장고에서 그냥 얼리면 얼음 결정이 굵어져 샤베트처럼 되는데, 메이커는 이 결정을 잘게 유지하면서 얼리기 때문에 결과물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매년 여름마다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안 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막상 쓸 계절이 짧고, 보관 공간도 문제고, 사고 나면 신기해서 두어 번 쓰다가 창고로 들어갈 게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가을이 오고, 내년 여름에 또 같은 고민을 반복합니다. 이것도 나름의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내 빙과류 시장은 2010년대 이후 성인 소비층의 프리미엄 제품 선호가 뚜렷하게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10원에 두 개짜리 아이스께끼에서 수천 원짜리 아이스크림 바가 자연스럽게 팔리는 시대로 바뀐 셈입니다. 그 변화의 폭이 꽤 큽니다.
아이스께끼통 앞에 서 있던 그 여름이 특별했던 건, 아이스께끼 자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것 하나를 얻기 위해 기다리고 아끼고 나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듭니다. 가난을 낭만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작은 것에 진짜로 설레던 감각만큼은 지금 아무리 비싼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여름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드실 일이 있다면, 잠깐 천천히 녹여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그 맛 속에 각자의 여름이 한 조각쯤 들어 있을 테니까요.
--- 참고: http://www.maggun.com/article/read.php?mode=read&idx=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