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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이름의 오해, 추억의 간식, 식품안전)

움치둠치 2026. 7. 21. 06:43

목차


    학교 앞 문방구에서 쫀드기 하나 입에 물고 걸어오던 기억, 다들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 시절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 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단 한 번도 그게 제 간식을 포기할 이유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던 '불량식품'이라는 말, 사실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부터입니다.

    불량식품이라는 이름, 어디서 왔을까

     

    엄밀하게 말하면 불량식품이란 식품위생법(食品衛生法) 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뜻합니다. 식품위생법이란 식품의 제조·가공·유통 전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정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률로, 허가받지 않은 원료 사용이나 유통기한 위조, 비위생적 제조 방식이 이 법의 규제 대상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이 단어는 꽤 무거운 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1970~90년대에는 이 말이 훨씬 느슨하게 쓰였습니다. 값이 몇 십 원짜리에 색이 화려하고 맛이 강렬한 간식이라면 무조건 '불량식품'으로 불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어머니한테 "그 불량식품 또 사먹었어?"라는 말을 들으면서 쫀드기를 얼른 등 뒤로 숨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는 당연히 그 말이 맞는 줄 알았습니다. 어른들의 걱정과 아이들에게 반협박적인 말이 만들어 낸 신조어가 바로 '불량식품'이었던 것입니다.

     

    당시 식품 관리 체계가 지금보다 훨씬 허술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 영세 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들은 제조물책임(PL, Product Liability) 기준조차 불분명하게 적용받았습니다. 제조물책임이란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생겼을 때 제조업자가 지는 법적 책임을 말하는데, 이 개념 자체가 국내에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그러니 70~80년대에는 품질이 들쭉날쭉한 제품이 유통되더라도 소비자가 구제받을 수단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 시절을 겪어본 입장에서는 당시 유통 구조의 문제를 단순히 '별명이 잘못 붙었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좀 아쉽습니다. 뉴스에서 간간이 과자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면 징그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뭐, 먹어도 죽지는 않겠지"였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꽤 무신경한 반응이었습니다.

     

     

    추억의 간식, 진짜 위험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지금 추억으로 떠올리는 간식 대부분은 정식으로 허가받은 업체가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아폴로, 별사탕, 맥주사탕, 라면땅 같은 것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허가 아래 생산된 제품으로, 지금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 판매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란 국내 식의약품의 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정부 기관으로, 제품 허가부터 시중 유통까지 전 과정을 감독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렇다고 모든 것이 안전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 급식빵을 먹은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食中毒)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식중독이란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 뒤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당시 그 사건은 학교 전체를 꽤 오랫동안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그 이후로 한동안은 군것질 자체를 줄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자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손에는 어느새 달달한 쫀드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맛이 주는 끌림 앞에서 공포심은 생각보다 빠르게 사그라들더군요. 이걸 두고 어떻게 봐야 하는지, 소비자 심리학(Consumer Psychology) 측면에서 꽤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심리학이란 사람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심리 기제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위험 인식이 약해지면 익숙한 소비 행동으로 금세 돌아가는 현상은 이 분야에서도 잘 알려진 패턴입니다.

     

    한편 식품의 위해성을 따질 때 자주 쓰이는 기준이 바로 HACCP(해썹)입니다. HACCP란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의 줄임말로, 식품 제조 공정에서 위해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고 차단하는 예방적 안전 관리 시스템을 뜻합니다. 국내에서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업체에 HACCP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과거 소규모 영세 제조업체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웠던 게 '불량'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실질적인 배경 중 하나였을 겁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추억의 간식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이 있었는지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일부 영세 업체의 비위생적 제조 환경 — 현재는 HACCP 의무 적용으로 대폭 개선
    2. 식품 첨가물(食品添加物) 과다 사용 — 쉽게 말해 색소·향미료를 필요 이상 쓰는 경우로, 지금은 허용 기준이 법으로 명시됨
    3. 유통기한 관리 미흡 — 현재는 소비기한(消費期限) 표시제로 전환되어 소비자 보호 강화
    4. 원산지 및 원료 표시 불투명 —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로 현재는 의무 표시

    식품안전 기준이 바뀐 지금, 우리는 더 안전한가

     

    일반적으로 "요즘은 옛날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도 대체로는 동의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것과 소비자가 실제로 더 안전하게 먹는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통 구조가 복잡해지고 수입 원료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위해 요소가 등장하는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추억이라는 감성적 가치가 식품 안전이라는 절대적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낭만적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시절에 실제로 위생 문제가 있었던 제품들이 유통된 것까지 '좋았던 추억'으로 한데 묶어버리는 건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게 지금 시중에서 팔리는 쫀드기나 아폴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판매되는 제품은 과거와 다른 기준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불량식품'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것보다 그 단어가 왜 생겼는지를 기억하는 편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제품의 표시 사항과 유통기한, 제조업체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 그리고 HACCP 인증 여부를 눈여겨보는 태도가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추억은 추억대로 소중하게 간직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 추억 속 간식이 '안전했다'는 결론을 너무 편하게 내리는 건, 조금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달달한 쫀드기 하나가 우리 사회의 식품 안전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 꽤 흥미롭지 않습니까? 다음번에 옛날 간식을 집어 들 때, 뒷면의 성분 표시 한 번만 더 눈여겨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rhoteol.tistory.com/
    https://www.mfds.go.kr
    https://www.hacc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