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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매일 마시는 미소시루의 기원이 한반도라는 기록이 실제 고문서에 남아 있습니다.
저도 미소된장국을 즐겨 먹는 사람으로서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좋아하던 음식에 그런 역사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 기원부터 조리 팁까지, 제가 직접 먹어보고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고려장, 역사 속에 남겨진 기록들
중국의 역사서 삼국지 위지 동이전(魏志東夷傳)에는 고구려인의 발효 기술이 뛰어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위지 동이전이란 중국 삼국시대에 편찬된 역사서로, 동쪽 이민족의 생활 풍속을 기록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고구려의 발효 음식 문화가 언급될 정도라면, 그 기술이 이미 주변 국가에 알려질 만큼 발전해 있었다는 뜻이겠죠.
조선 시대 역사서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고려취(高麗臭)'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고려취란 중국인들이 고려인에게서 난다고 표현한 발효 음식 특유의 냄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된장 냄새"라고 보면 되는데, 이 표현 자체가 당시 고려인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단어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같은 역사서에서 인용한 당서(唐書)에는 '책성(柵城)의 특산물로 시(豉)가 있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시(豉)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류, 즉 오늘날의 메주에 해당하는 발효 식품을 뜻합니다. 책성은 발해의 수도였는데, 발해 자체가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이니 이 발효 문화의 계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구려 시대 고분 벽화에도 큰 항아리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많은 학자들은 이 항아리들이 발효 식품을 저장하는 옹기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 시대에 이미 된장류 문화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소(味噌)의 역사, 고려장에서 온 것일까
1717년에 편찬된 일본의 문헌 동아(東雅)에는 말장(末醬)이 일본에 건너와 그대로 미소(みそ)라 불리게 됐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말장(末醬)이란 콩을 갈아 만든 장류를 뜻하는 한자어로, 우리가 쓰는 메주의 전신쯤 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음식 이름 사전 격인 문헌에서는 고려장(高麗醬)을 '말장'으로 표기하고 '미소'로 읽었다는 내용도 확인됩니다.
8세기 일본 쇼무 천황 시대의 창고 문서인 정창원 고문서(正倉院 古文書)에도 '말장 3도(斗), 미소 3말'이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 문서는 서기 703~719년경의 것으로, 당시 일본 궁중에서 미소가 실제로 쓰이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공식 기록입니다. 이 자료는 일본 궁내청 정창원 공식 사이트에서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한 가지 언어적 연결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고구려 시대에 "메조" 혹은 그와 유사한 발음으로 불렸을 가능성이 있는 이 장류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미소"가 되고, 한반도에서는 "메주"로 정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물론 언어 변화를 확인하는 데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발음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만큼은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콩이라는 작물 자체도 이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콩은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 일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 대두(Glycine soja)가 자생하는 지역이 이 일대라는 점은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발효 기술이 뛰어난 문화권에서, 콩의 원산지에서, 된장의 원형이 탄생했다는 것은 꽤 설득력 있는 그림입니다.
미소(味噌)가 단순히 '일본 음식'이라고만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역사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 뿌리가 상당히 다른 곳에 닿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이 그 문화를 받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도 사실이니, 어느 쪽의 공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미소된장과 한국 된장의 차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원료 구성: 한국 전통 된장은 콩만으로 메주를 만들어 발효하지만, 일본 미소는 콩에 쌀 또는 보리 누룩(koji)을 섞어 만듭니다.
- 숙성 방식: 한국 된장은 간장과 함께 담그는 복합 발효 방식이고, 미소는 단독 발효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 맛의 차이: 한국 된장은 구수하고 깊은 맛이 강한 편이고, 미소는 상대적으로 단맛과 담백함이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 열처리 여부: 한국 된장은 끓여서 사용해도 풍미가 살아나는 편이지만, 미소는 생물(生物) 발효 상태이기 때문에 끓이면 향과 맛이 날아갑니다.
미소시루 조리법, 직접 해봤습니다
미소시루(味噌汁)란 미소된장을 풀어 만드는 일본식 된장국을 가리킵니다. 일본 가정에서는 아침마다 챙겨 먹을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인데, 저도 가끔 집에서 해먹습니다. 근데 처음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가다랑어포 없이 그냥 끓여봤더니 감칠맛이 확실히 부족하더라고요. 한국 된장국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그냥 미소만 넣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미소시루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다시(出汁)입니다. 다시란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나 다시마를 우려낸 육수로, 일본 요리의 감칠맛 기반이 되는 국물을 뜻합니다. 이 다시 없이 미소만 풀면 맛이 납작해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결과, 다시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소된장을 먼저 풀고 팔팔 끓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해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미소는 생물(生物) 발효 식품이기 때문에, 고열에 오래 끓이면 유산균이 죽고 특유의 향이 날아가버립니다. 맛도 떫고 무거워집니다. 올바른 순서는 다시를 먼저 만든 다음, 끓기 직전에 불을 끄고 미소를 푸는 것입니다.
제가 집에서 쓰는 방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시마를 물에 미리 30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약불로 가열합니다. 끓기 직전에 다시마를 건져내고 가쓰오부시를 넣어 2~3분 우린 뒤 체로 걸러냅니다. 그 육수에 두부와 미역,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불을 끄고 아와세 미소(合わせ味噌)를 두 스푼 풀어주면 2인분이 완성됩니다. 아와세 미소란 흰 미소(백미소)와 붉은 미소(적미소)를 섞어 만든 혼합 미소로, 감칠맛과 깊이를 함께 잡을 수 있어 가정에서 가장 많이 씁니다.
이렇게 만들면 솔직히 말해서 웬만한 식당 미소시루보다 낫습니다. 재료도 별거 없는데, 끓이는 타이밍 하나가 맛을 좌우합니다. 미소를 절대 오래 끓이지 말라는 것, 이게 핵심입니다.
미소된장이 고려장에서 왔다는 사실, 저는 이 역사가 어느 쪽을 낮추거나 높이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음식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퍼지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대로 가져간 일본도, 자기 방식대로 누룩을 섞고 천년 넘게 발전시켜온 것이니까요. 집에서 미소시루 한번 직접 끓여보시면, 이 오래된 역사가 지금 이 순간의 맛으로 이어진다는 게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