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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의 종류와 라벨 읽기 (라벨 읽기, 총질소, 산분해간장)

by 움치둠치 2026. 6. 15.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간장 라벨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익숙한 브랜드, 익숙한 디자인을 집어 드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마트에서 같은 회사 제품인데 가격이 천 원 넘게 차이 나는 걸 보고 처음으로 뒷면을 꼼꼼히 들여다봤는데, 거기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식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의 차이와 총질소 수치가 맛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봤습니다.

라벨에 쓰인 간장의 종류, 실제로 뭐가 다른가

어릴 때 집에서 먹던 간장은 정말 짰습니다. 김 위에 밥 한 숟갈 올리고 그 위에 맑은 간장을 한두 방울만 떨어뜨려도 충분했을 정도였습니다. 그게 바로 한식간장, 흔히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소금물에 띄워 몇 달을 숙성시킨 뒤 건져낸 메주는 된장이 되고, 남은 액이 간장이 됩니다. 담근 지 1년 안된 건 햇간장이라 색이 옅지만 짠맛이 강해 국간장으로 쓰고, 2~3년 이상 두면 수분이 줄면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더해져 색이 진해지고 감칠맛이 깊어집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아미노산과 당이 열을 받아 결합하면서 색과 향이 복합적으로 발달하는 화학 반응으로, 고기를 구울 때 겉면이 갈색이 되며 풍미가 살아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게 진짜 의미의 진간장입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집에서도 슈퍼에서 사온 간장이 메인이 됐고, 그게 바로 양조간장이었습니다. 양조간장은 콩뿐 아니라 밀가루나 보리 같은 곡물 탄수화물을 섞어 미생물로 발효시킨 방식으로, 일본에서 발전한 공법입니다. 탄수화물이 섞이면 발효 속도가 빨라지고, 단백질만 썼을 때와는 또 다른 복합적인 향이 나옵니다. 제가 처음 양조간장으로 담근 간장게장을 먹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최대 4공기를 비웠을 정도였으니까요. 간장 특유의 짠맛이 아니라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그 맛이 게 살에 배어들면 밥도둑이라는 말이 절로 납니다.

그 다음이 라벨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혼합간장입니다. 혼합간장이란 발효 간장(한식 또는 양조)과 산분해간장을 섞어 만든 제품을 말합니다. 여기서 산분해간장이란 탈지대두(기름을 제거한 콩)에 염산(HCl)을 부어 고온에서 가열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뒤, 수산화나트륨(NaOH)으로 중화시켜 만든 간장입니다. 발효에 몇 달이 걸리는 것과 달리 이 방식은 약 3일이면 제조가 가능합니다. 라벨을 보면 산분해간장이 몇 퍼센트, 양조간장이 몇 퍼센트인지 명시되어 있어, 소비자가 직접 혼합 비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장의 종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식간장: 콩 메주를 소금물에 발효시켜 만든 전통 방식. 짠맛이 강하고 색이 옅어 국간장으로 사용
  • 양조간장: 콩과 곡물을 함께 발효. 복합적인 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
  • 산분해간장: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 간장. 제조 기간이 짧음
  • 혼합간장: 발효간장과 산분해간장을 일정 비율로 혼합한 제품

총질소 수치로 가격과 맛의 차이를 읽는 법

마트에서 같은 브랜드 간장이 4,200원부터 5,760원까지 가격이 달랐던 이유가 궁금했는데, 라벨 구석에 적힌 총질소(TN, Total Nitrogen) 수치를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 총질소란 간장 원액 속 단백질이 얼마나 잘게 아미노산 수준으로 분해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더 풍부하게 녹아 있다는 뜻으로, 풍미의 깊이와 직결됩니다.

제가 직접 라벨을 비교해 봤더니, 4,200원짜리 혼합간장은 총질소 1.0%에 산분해간장 비율이 93%, 5,520원짜리는 총질소 1.1%에 산분해간장 90%, 5,760원짜리는 총질소 1.3%에 산분해간장 70%였습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총질소 수치가 높아지고 산분해간장 비율은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용량인데도 이 두 가지 수치만으로 제품 등급이 갈리는 겁니다.

산분해간장을 두고 염산을 쓴다는 이유로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 위장도 단백질을 소화할 때 염산(위산)을 분비합니다. 다만 산분해 과정에서 3-MCPD라는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은 실제 관리 대상이기도 합니다. 3-MCPD란 지방과 염산이 반응할 때 생성될 수 있는 부산물로,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성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5월,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의 3-MCPD 허용 기준을 기존 1kg당 0.3mg에서 유럽연합(EU) 수준인 0.02mg으로 대폭 강화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15배나 엄격하게 조인 것인데, 이는 역으로 관리가 그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음식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식품 표시 기준은 꽤 촘촘한 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혼합간장의 경우 산분해간장과 발효간장의 혼합 비율을 라벨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출처: 식품안전나라). 제가 경험상 해외 마트에서 간장을 살 때는 이런 세분화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국내 라벨은 그에 비해 훨씬 상세합니다.

결국 저는 간장을 고를 때 제조 방식이나 원산지보다 "이 간장이 다른 음식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를 먼저 봅니다. 전통 조선간장의 자부심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음식은 맛이 핵심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총질소 수치와 혼합 비율을 알고 나면, 같은 가격대에서도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 마트에서 간장을 집어 들 때, 뒷면 라벨을 한 번만 더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제품 유형이 한식간장인지 양조간장인지, 혼합간장이라면 산분해간장 비율은 얼마인지, 총질소 수치는 얼마인지. 글씨가 작으면 휴대폰으로 확대해서 보면 됩니다. 그 작은 숫자들이 가격과 맛의 차이를 설명해 줍니다. 알고 먹으면 같은 음식도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식품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45i-b6om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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