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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지 특유의 물컹한 식감때문에 영 내키지 않아서 생가지나 가지튀김, 가지전 등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시장에서 보라빛 가지를 한 움큼 사 와서 튀김으로 만들어봤더니 가지전과 가지튀김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리법도 맛도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음식의 차이부터 제가 직접 써보고 찾아낸 튀김옷 비법, 그리고 소스 레시피까지 풀어봅니다.

가지전과 가지튀김, 뭐가 다를까
저는 가지전과 가지튀김을 그냥 "기름에 익힌 가지 요리인데 기름의 양을 달리하는 음식"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니 둘은 출발점 자체가 달랐습니다.
가지전은 우리나라의 전(煎) 문화에서 나온 음식입니다. 전이란 재료에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소량의 기름으로 팬에 지지는 조리법인데, 쉽게 말해 기름을 재료가 잠길 만큼 붓는 게 아니라 얇게 두르고 앞뒤로 지지는 방식입니다. 가지전은 이 방식 덕분에 겉은 고소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라가는 이유도 이 담백함 때문이겠죠.
반면 가지튀김은 비교적 많은 기름에 재료를 완전히 담가 익히는 딥프라이(deep fry) 방식입니다. 딥프라이란 재료가 기름 속에 완전히 잠긴 상태에서 고온으로 단시간에 익히는 조리법으로, 겉면을 빠르게 바삭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지전이 한국 전통 조리문화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면, 가지튀김은 중식과 일식의 영향을 받아 현대에 더 다양하게 발전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두 음식의 차이는 식감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가지전은 부드럽고 촉촉한 한식 반찬의 느낌이고, 가지튀김은 겉이 바삭하게 깨지는 그 순간의 쾌감이 있습니다. 기분에 따라 고르면 될 것 같지만, 간식이나 술안주를 목표로 한다면 가지튀김 쪽이 훨씬 낫습니다.
가지튀김이 맛있어지는 튀김옷 비법
가지를 튀길 때 가장 많이 실패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튀김옷이 기름을 너무 많이 머금어서 느끼해지거나, 반대로 옷이 얇아서 금방 눅눅해지는 경우입니다. 제가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찾아낸 방법은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를 순서대로 입히는 3단 코팅이었습니다.
먼저 가지는 어슷썰기로 썰고 소금을 살짝 뿌려 절여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튀겨도 간이 없어 밋밋합니다. 단, 소금을 너무 많이 뿌리면 수분이 과도하게 빠져나오니 정말 살짝만 뿌려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몰라서 가지가 흥건하게 젖어버린 적이 있었거든요.
절인 가지에 밀가루를 먼저 묻히고 탈탈 털어낸 뒤 달걀물을 입히고,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듬뿍 묻혀줍니다. 여기서 빵가루가 오늘의 핵심입니다. 빵가루(bread crumbs)란 빵을 잘게 부수어 건조시킨 것으로, 재료 표면에 묻혀 튀기면 공기층을 만들어 바삭한 식감을 훨씬 오래 유지시켜 줍니다. 전분이나 밀가루만 묻혀서 튀기는 것보다 빵가루를 더하면 식감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기름 온도도 중요합니다. 가지는 수분 함량이 90% 이상인 채소라서 저온에서 오래 튀기면 기름을 잔뜩 흡수해버립니다. 고온에서 빠르게 튀겨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70~180도가 적당하고, 색이 너무 노랗게 변하기 전에 건져내는 게 포인트입니다.
가지튀김 만들 때 제가 지키는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가지를 어슷썰기로 썰고 소금을 아주 살짝만 뿌려 10분 정도 절인다
- 밀가루를 가지 표면에 고르게 묻히고 여분은 탈탈 털어낸다
- 달걀물을 앞뒤로 고루 입힌다
- 빵가루를 넉넉하게 묻혀 튀김옷을 완성한다
- 170~180도로 달군 기름에 넣고 황금빛이 돌면 바로 꺼낸다
소스 레시피, 이게 반입니다
가지튀김은 튀김 자체도 맛있지만 소스가 더해지면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시판 초간장을 썼는데, 소스를 직접 만들어봤더니 이건 비교 자체가 안 됐습니다.
소스 재료는 단순합니다. 진간장 2스푼, 생수 2스푼, 식초 반스푼, 설탕 반스푼을 섞어줍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레시피인데,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양파를 숟가락으로 긁어서 넣는 것입니다. 강판에 갈면 즙이 너무 많이 나오니 숟가락으로 긁어내는 편이 낫습니다. 양파의 알리신(allicin) 성분이 소스에 녹아들면서 감칠맛이 확 살아납니다. 알리신이란 양파와 마늘 등에 들어있는 유황 화합물로, 강한 향과 함께 깊은 풍미를 더해주는 성분입니다.
이 소스가 일본의 덴다시(天出し)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덴다시란 가쓰오부시(다시마·가다랑어 육수)에 간장과 미림을 섞어 만드는 일본 전통 튀김 소스인데, 쉽게 말해 튀김의 기름기를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양파를 갈아 넣은 이 소스가 덴다시 못지않은 맛을 냈습니다. 무를 갈아 넣는 방식도 있는데, 양파 쪽이 훨씬 더 풍미가 진합니다.
소스는 튀기기 전에 미리 만들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지튀김은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기 때문에, 튀기는 동안 소스 만들 시간이 없습니다. 설탕이 충분히 녹도록 미리 섞어두면 됩니다.
가지를 튀겨야 하는 진짜 이유, 영양까지 챙긴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튀기면 영양이 파괴된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가지만큼은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가지의 보랏빛 껍질에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이란 식물의 색소 성분 중 하나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해 세포 노화를 늦추고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지의 안토시아닌 중 특히 나스닌(nasunin)이라는 성분이 두드러지는데, 나스닌이란 가지 껍질에 집중된 항산화 물질로 뇌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조리법입니다. 안토시아닌과 비타민 E는 지용성 영양소입니다. 지용성 영양소란 기름에 녹아야 체내에서 흡수될 수 있는 영양소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기름 없이 먹으면 몸에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가지를 삶거나 쪄서 먹는 것보다 기름에 볶거나 튀길 때 이 영양소들의 체내 흡수율이 훨씬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식품 데이터베이스에서도 가지의 안토시아닌 함량과 조리 방법에 따른 영양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지는 수분이 90% 이상인 채소라서, 튀김옷을 입혀 고온에서 튀기면 수분이 증발하지 않고 내부에 갇히게 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 식감이 단순히 조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가지의 수분 구조와 기름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물리적 반응이었습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니 가지튀김이 그냥 별미가 아니라 꽤 과학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지의 원산지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이고, 중국을 거쳐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된 채소입니다. 기름이 귀하던 시절에는 쪄서 양념에 무쳐 먹는 가지나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식용유가 대량 보급된 20세기 이후로는 가지튀김처럼 기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조리법이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외에도 일본의 아게다시 나스(揚げ出し茄子)나 중국의 지삼선(地三鮮)처럼 동아시아 전반에서 가지를 기름으로 조리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