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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말", "집나간 며느리도 전어 구우면 돌아온다"라는 정겨운 속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을철이 되면 들뜨는 서해와 남해 포구의 은빛 물결, 바로 '전어(錢魚)' 이야기입니다. 잔가시가 많지만 뼈째 씹을수록 고소하고 들기름을 바른 듯 기름진 풍미를 자랑하는 전어는 현대 한식 식탁에서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계절 별미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먹어봤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맛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특별한 맛이라기보다도 제철 음식이라는 점에서 접근하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돈을 아끼지 않고 사 먹었다는 전어의 이름에 담긴 역사와 유래, 그리고 서민들의 식문화 속에 녹아든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전어(錢魚)'라는 이름 속 돈과 가치의 유래
전어라는 이름의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돈 전(錢)' 자에 '물고기 어(魚)' 자를 씁니다. 즉, '돈이 되는 물고기' 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사 먹는 물고기'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조선 시대 문헌 속 기록: 조선 후기 학자 서유구의 농업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전어지' 편을 보면 전어 이름의 유래가 명확히 등장합니다. "전어는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상인이나 소비자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다투어 사 먹을 만큼 별미였음을 보여줍니다.
* 정약전의 《자산어보》 기록: 조선시대 대표 수산 문헌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전어를 '전어(箭魚)'라 표기하며, 기름기가 많고 맛이 달며 가시가 많다는 특징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화살(箭)처럼 빠르고 날렵한 모양새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더해져 전어의 생김새와 인기를 함께 보여줍니다.
2. 한반도 수산 문화와 가을 전어의 정착
과거 한반도 연안에서 전어는 사계절 잡히는 생선이었지만, 유독 가을 전어가 최고로 꼽힌 데에는 수산 생태적인 이유와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 계절에 따른 지방 함량의 변화: 전어는 봄철에 알을 낳고 여름 동안 풍부한 먹이를 먹으며 몸집을 키웁니다. 가을(9월~11월)이 되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지방을 대량으로 축적하는데, 이때 가을 전어의 지방 함량은 봄철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높아집니다.
* 서민들의 고마운 단백질원: 냉장 기술이 없던 과거, 가을철 포구로 몰려드는 전어는 소금에 절이거나 숯불에 구워 서민들의 풍성한 가을 단백질 보충원이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잔가시가 많아 양반가보다는 서민들이 뼈째 씹어 먹는 회(세꼬시)나 구이 형태로 친숙하게 즐겼습니다.
3. 속담 속에 담긴 전어 구이의 매력
전어만큼 속담과 유머가 많이 얽혀 있는 생선도 드뭅니다.
*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시집살이의 고됨에 집을 나간 며느리조차 가을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면 그 맛을 못 잊어 돌아온다는 해학적인 속담입니다. 직화로 구울 때 전어의 풍부한 지방이 불에 타면서 내는 특유의 고소한 향을 생생하게 표현해 줍니다.
*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말": 가을 전어는 몸통뿐만 아니라 머리 부분에도 고소한 지방과 칼슘이 가득해 버릴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전통 조리법에서는 전어를 머리째 바싹 구워 고소함을 통째로 즐기곤 했습니다.
4. 전어회가 선사하는 영양학적 가치
가을철 전어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정교한 건강식입니다.
*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 DHA와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성인병 예방 및 뇌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 뼈 건강을 지키는 뼈째회(세꼬시): 잔가시를 함께 씹어 먹는 전어회는 칼슘 함량이 높아 골다공증 예방과 뼈 건강에 뛰어난 효능을 제공합니다.
마치며
돈을 아끼지 않고 사 먹을 만큼 기막힌 맛을 자랑하여 '전어(錢魚)'라는 정직한 이름을 얻은 생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숯불 위에서 고소하게 구워지는 전어구이 한 토막이나 아삭한 야채와 함께 무쳐낸 전어회 한 접시로 풍요로운 선조들의 가을 풍류를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