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제가 코다리와 북어를 구분할줄 알게 된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둘 다 말린 생선 비슷한 것이라고 두루뭉수리 하게 알고 있었는데 , 어른이 되어 직접 조리을 해보고 나서야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코다리의 쫄깃하게 씹히는 그 식감, 양념이 살 속까지 배어드는 그 맛은 북어로는 절대 낼 수 없습니다.

코다리가 뭔지 제대로 알고 계셨나요? — 반건조 명태의 정체
- 명태 – 가장 일반적인 이름
- 생태 – 얼리지 않은 생명태
- 동태 – 얼린 명태
- 북어 – 말린 명태
- 황태 – 겨울철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말린 명태
- 코다리 – 명태를 반쯤 말린 것
- 노가리 – 어린 명태
- 먹태 –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색이 검게 변한 명태
- 짝태 – 한쪽 배를 갈라 말린 명태
- 백태 – 색이 희게 말린 명태
- 찐태 – 쪄서 말린 명태
- 깡태 – 얼리지 않고 그대로 말린 명태를 이르는 이름
- 파태 – 황태를 말리는 과정에서 살이 부서지거나 형태가 불량해진 명태
- 무두태 – 머리를 제거하고 말린 명태
- 낙태 – 덕장에서 떨어지거나 상품성이 떨어진 황태를 부르는 이름
- 망태 – 그물에 걸린 상태 등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음
- 왜태 – 작은 크기의 명태를 부르는 옛 명칭
- 애태 – 어린 명태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사용
- 춘태 – 봄철에 잡힌 명태를 부르는 명칭
- 추태 – 가을철에 잡힌 명태를 부르는 명칭
명태는 건조 상태에 따라 이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갓 잡은 것은 생태, 냉동한 것은 동태, 바짝 말린 것은 북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코다리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바로 반건조(半乾燥) 상태입니다. 반건조란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약 40~50% 정도만 남겨두는 가공 방식을 뜻합니다. 이 덕분에 코다리는 조림에 넣어도 살이 뭉개지지 않고 탱글한 식감을 유지합니다.
코다리라는 이름의 유래도 꽤 재미있습니다. 내장을 제거한 명태 여러 마리를 코(입)에 줄을 꿰어 4~5마리씩 한 다발로 묶어 덕장에 널었는데, '코를 꿴 다발'이라는 뜻에서 자연스럽게 '코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강원도 속초, 강릉, 주문진 같은 동해안 포구에서 겨울철 흔하게 잡히는 명태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시작된 지혜로운 가공법입니다.
제가 처음 코다리를 샀을 때 냉동 상태로 꽁꽁 얼어 있었는데, 얼어 있는 채로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내는 게 오히려 손이 덜 베여서 편했습니다. 껍질 쪽에 붙은 검은 막은 칼로 살살 긁어서 제거해 주셔야 비린내가 훨씬 줄어듭니다. 이 부분을 그냥 넘겼다가 조림 맛이 텁텁해진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손질에 꽤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양념 한 번 잘못 잡으면 다 날아갑니다 — 코다리조림 양념 비율의 핵심
코다리조림에서 양념은 단순히 간을 맞추는 게 아닙니다. 반건조 상태의 생선 살 깊숙이 침투해서 조림 특유의 윤기와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처음 만들 때 고추장과 간장 비율을 감으로 잡았다가 너무 짜게 되는 실패를 한 번 겪었습니다. 짜게 드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간장 양을 기준보다 조금 줄이시는 게 맞습니다.
제가 여러 번 조정해서 정착한 양념 비율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고추장 1큰술 — 깊은 단맛과 색감의 베이스
- 진간장 2큰술 — 짠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잡아주는 핵심
- 다진 마늘 2큰술 — 비린내 제거와 풍미 보강
- 생강즙 1큰술 — 생강을 갈아서 즙만 사용, 비린내를 확실히 잡아줌
- 청주 1큰술 — 생선 특유의 잡내를 날리는 역할
- 설탕 1큰술 — 단맛은 최소화, 과하면 양념이 탁해짐
- 참기름 1큰술 — 마무리 향을 완성하는 마지막 재료
육수는 다시마와 멸치를 30분 전에 미리 우려두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냥 물로 조리면 양념이 겉돌고 깊이가 없어집니다. 무를 도톰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먼저 깔고 그 위에 코다리를 올린 다음 양파를 얹어 함께 조리면, 무가 육수를 머금으면서 양념과 함께 익어 따로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어집니다. 무를 먼저 10분 정도 조린 뒤 코다리를 올려서 추가로 15분 정도 약불에서 자작하게 졸이는 것이 살이 부스러지지 않는 방법입니다.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명태에 특히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메티오닌이란 체내에서 스스로 합성되지 않아 음식으로만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으로, 간 세포의 활성화를 돕고 독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성분 덕분에 코다리조림은 해장 음식으로도 제격입니다.
생선 한 마리에 이렇게 많은 영양이? — 코다리의 효능을 과학으로 보면
코다리가 단순히 맛있는 반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명태가 가진 영양 성분이 반건조 과정을 거치면서도 거의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입니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출처: 농촌진흥청) 명태는 100g당 단백질이 약 17~20g에 달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입니다. 칼로리는 낮고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니 다이어트 중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타우린(Taurine)도 빠뜨릴 수 없는 성분입니다. 타우린이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간의 해독 기능을 강화하고 알코올 분해를 촉진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주 다음 날 아침에 코다리조림 하나가 식탁에 오르면 단순한 반찬 이상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콜라겐(Collagen)은 코다리 껍질에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콜라겐이란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단백질 성분으로,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고 조림 국물 속으로 녹아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코다리조림을 먹을 때 껍질째 함께 먹는 것이 피부 미용 측면에서 훨씬 이롭습니다. 저는 예전에 껍질을 발라내고 먹었는데, 사실 껍질 부분이 가장 쫀득하고 양념도 잘 배어 있어서 지금은 제일 먼저 먹는 부분이 됐습니다.
한국영양학회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출처: 한국영양학회) 비타민 B군(B1, B2, B6)을 고루 함유한 생선류는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고 피로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코다리 역시 이 비타민 B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일교차가 심한 겨울철 면역력 관리 식품으로 추천됩니다.
집에서 만들 때 꼭 체크해야 할 것들 — 손질부터 불 조절까지
코다리조림을 집에서 처음 만들어 보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바로 불 조절입니다. 강불에서 오래 끓이면 양념은 타고 살은 뭉개집니다. 무를 먼저 강불로 한 번 달군 뒤, 코다리를 올리고 나서는 중불로 낮춰 뚜껑을 덮고 10분, 이후 약불로 줄여 15분 정도 자작하게 조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손질 과정에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코다리를 기름에 살짝 구운 뒤 조림에 넣으면 살이 훨씬 단단해지고 표면에 고소한 풍미가 생깁니다. 번거롭더라도 이 과정을 거치면 조림하는 동안 살이 부스러지는 것을 훨씬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방법을 알기 전과 후의 결과물이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덕장(德場)이라는 단어도 한 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덕장이란 생선이나 농산물을 말리기 위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설치한 건조 시설을 뜻합니다. 강원도 대관령이나 동해안 포구 인근에서 겨울철 바닷바람을 맞으며 덕장에 줄줄이 걸린 코다리를 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그 풍경이 이미 하나의 겨울 정취로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그 덕장에서 만들어진 코다리가 식탁 위에서 이렇게 훌륭한 조림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보관법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구매한 코다리는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이나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 번 조리한 코다리조림은 냉장 보관 후 이틀 안에 드시는 것이 맛과 위생 면에서 모두 안전합니다.
코다리조림은 비싼 식재료도,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는 음식입니다. 다만 손질과 불 조절이라는 기본기만 지키면 집에서도 전문점 못지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처음 도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번 주말, 무를 넉넉히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코다리 한 다발 올려서 자작하게 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